2020.5.1 금요일
나도 떳떳하게 최애의 이름을 부르고 싶어.
외치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떳떳하지 못해서.
2020.4.29 수요일
책상 앞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허비하는 시간이 있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생각해 보면 왜 바보처럼 앉아만 있었는지 자책하기 일쑤다.
샤워를 하다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토를 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우유를 마셔서 그런지... 기분이 이상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왼쪽으로 공간이 뒤틀리는 것만 같다.
삐리뽐 빼리뽐
연초에 결심했던 나와의 약속 중 지킨 것이 하나도 없다. 자랑스럽다. 밥버러지 나 자신.
2020.4.25 토요일
민윤기 원장 선생님께서 심리치료 상담사 자격증을 따실 때까지 저는 제 정신병의 화분에 매일 물도 주고 햇볕도 잘 쬐이고 바람도 쐬일게요.
저를 가스라이팅해 주세요.
질척합니다.
저를 법적으로 길러 주세요.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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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윤기 목소리 때문에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자꾸... 중학생 때 다니던 학원 원장 선생님 생각이 난다. 목소리와 화법이 비슷해서. 그 선생님이 애들 정말 잘 팼는데. 물론 나는 3년 동안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무사히 버티다가 사춘기 피크를 찍던 3학년 1학기에 반항심이 터져서 학원을 그만두었다. 연대 책임으로 무릎을 꿇고 벌 서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도서실에서 떠든 애들만 혼내셨어야죠.
2020.4.23 목요일
이런 꿈을 꾸었다.
뽀삐가 사라졌다. 다 늙은 애가 갑자기 사라져서 동네방네를 뒤졌다. 미친 노인들만 있는 시장통에도 가서 수소문하고 낯선 펫숍에도 들러 늙은 말티즈를 보았냐고 물었다. 도중에 엄마를 만나 큰 길가로 내려가서 다른 가게에도 기웃거리며 뽀삐를 찾았지만 뽀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기다란 전봇대 같은 기둥에 못을 박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일기장에 일기를 적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주제에 전봇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내가 혹시 빼먹은 날이 있는지 확인하며 뽀삐를 찾았다.
엄마에게 내가 말했다. 엄마. 혹시 내가 뽀삐를 땅에 묻었는데 내가 뽀삐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뽀삐가 죽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면 어쩌죠.
며칠 전에 갓 태어난 강아지를 땅속에다 묻은 일이 있었다. 아마 오래 못 살 운명이라고 해서 그 개 주인들이 시키는대로 땅에 묻었다. 그런데 내 전봇대 속에서 심장이 뛰는 맥박이 느껴져서 전봇대 속을 파내어보니 그때 묻은 새끼 강아지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급히 꺼냈다.
그 강아지 옆에 다른 강아지도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강아지 옆에는 웬 흰 말도 누워 있었다. 이 백마는 유니콘이었는데 아마도 두 강아지는 이 백마의 젖을 먹고 버텼던 것 같았다. 흙을 다 파내자 유니콘은 달려가 사라져버렸다.
엄마와 나는 두 강아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우선 그 흙투성이 강아지들을 안방 화장실에서 씻겼다. 나는 거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강아지들에게 붙일 이름을 생각했다. 흰 강아지는 기적이라고 지었고 검은색인지 누런 색인지 갈색인지 아무튼 털에 색이 들어간 녀석은 다행이라고 지었다.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까...
엄마가 웬 어린 남자애 둘에게 옷을 입히고 계셨다. 기적이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어서 못 봤는데 다행이는 검은 머리였다. 그 강아지들은 유니콘의 젖을 먹고 목숨을 부지했기 때문에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엄마는 기적과 다행이라는 이름이 구리다며 중얼중얼 잔소리를 하시더니 집에서 나가버리셨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기적이와 다행이와 그 둘을 위한 배변매트 뿐.
그런데 둘 다 귀여웠다. 강아지일 때도 사람일 때도. 꿈속에서도 먼저 걱정한 것은... 애들 출생신고를 못했는데 어쩌지 싶은 것과 언제 개로 변하고 언제 사람으로 변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뽀삐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
2020.4.21 화요일
오늘 기분 놈딱 좋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열애설이 터지자 비웃으면서 그 연예인을 욕하던 사람이, 그 사람이 좋아하던 연예인의 열애 기사가 오늘 터졌다.
꼴 좋다.
메롱.
메롱메롱메롱.
에베베.
내가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맨날 내 앞에서 욕하고.
지금 기분 어떠신가요.
2020.4.17 금요일
삼보일배도 아니고
삼초한도 아니고
계속
계속 최애들만 생각하고 있다
속이 쓰리다
언젠가
언젠가는 아무 일도 아닌 게 돼버리겠지
그래도 지금은 너무 좋아해서 탈이야
미친 것 같다
2020.4.12 일요일
어른스러운 사람.
그런 건 다 거짓 됐고 쓸데없으며, 연하남 앞에서 애기짓하는 유아 퇴행이나 실컷 해 보고 싶다. 징그러울 만큼 애기처럼 굴고 싶다... 정신 연령을 잊고 싶다. 칭얼대고 깊다. 옹알대고 싶다. 응애하고 싶다. 몸 섞자고 하면 나 아직 애긴데 무서운데 애기는 그런 거 모르는데 하면서 빼야지. 실제로 무서우니까. 연하남 어깨에 턱 기대 부둥켜 안겨 엉엉 울고 싶다. 토닥토닥 받고 싶다. 자존심 박살나고 싶다. 이미 가루지만. 우웅... 우웅... 어버버. 나 아직 울 엄마 아빠한테는 애긴데... 나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은데. 버거운 거 투성인데. 무릎 베고 잠들고 싶다. 웅웅.
2020.4.6 월요일
중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 시절에는 잠자는 동안이 깜깜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큰 공백이 있었다. 마치 나라고 하는 기억 파일을 복사해서 내일로 붙여넣기 하고는 어제의 나는 삭제한 것처럼.
나이를 먹고, 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지금은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있는 지점으로 간단히 전이시킨 것처럼 어렴풋이 흔적이 남아 있는 것만 같다. 이틀이 지나면 끊어지고 사라지는 가는 거미줄처럼.
2020.4.3 금요일
꿈에서 나 혼자 에버랜드를 갔다.
에버랜드를 들어가기 전에 캐리비안 베이의 입장권을 먼저 샀다. 꿈속의 캐리비안 베이는 선착순 입장이어서 입장권 번호를 앞 번호의 것으로 미리 끊어 둬야 했다. 에버랜드에서 해가 지려고 하는 시간까지 놀다가 캐리비안 베이가 생각나 후다닥 정문으로 뛰어 갔다. 하지만 꿈속의 나는 길치라서 캐리비안 베이 입구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서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매표소로 돌아가 입장권을 환불하려고 했는데 매표소 직원이 입구에서 환불이 된다고 했다. 저녁 6시까지 입구를 열어 둔다고 했는데 나는 길을 헤매다 6시를 넘겨 그곳에 도착했다. 그래서 환불받지 못했다.
꿈속에서는 그게 너무 분에 찼는지 어떻게든 환불받고야 말 거라고, 소비자의 권리를 되찾고야 말 거라고 광광 날뛰었다. 밤이 왔고 나는 근처 호텔(호텔 없지만)에 숨어 들어서 높은 직급의 캐리비안 베이 담당자에게 몸을 주었다. 거의 나이 오십의 아저씨였는데 내 아다를 주었다. 새벽에 침대에서 깨보니 그 아저씨가 죽어 있었다. 내가 죽였는지 다른 누가 숨어 들어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로비가 아닌 비밀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가 선착장(선착장 없지만)으로 향했다. 나는 바지를 못 입고 수영복을 입고 있어 다리를 훤히 내 보였고 창피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아저씨를 살해한 범인은 따로 있었는데, 용의자가 너무 많았다. 같은 복도에 묵은 아줌마와 그 딸, 여자 청소부, 표를 환불해 주지 않은 그 매표소 직원, 부동산 큰 손 여사님, 주사위를 던져 17이 나온 외국인 아줌마(결국 70억을 벌었음) 등등... 그런데 하필 내가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는 바람에... 크흑. 선착장의 유람선 안에서 젊은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가 탐정이었고 내 알리바이를 만들어 줄 구세주였다.
이러쿵저러쿵
엎치락뒤치락
그러다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