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2일 수요일

기적과 다행

2020.4.23 목요일

이런 꿈을 꾸었다.

뽀삐가 사라졌다. 다 늙은 애가 갑자기 사라져서 동네방네를 뒤졌다. 미친 노인들만 있는 시장통에도 가서 수소문하고 낯선 펫숍에도 들러 늙은 말티즈를 보았냐고 물었다. 도중에 엄마를 만나 큰 길가로 내려가서 다른 가게에도 기웃거리며 뽀삐를 찾았지만 뽀삐는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기다란 전봇대 같은 기둥에 못을 박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게 일기장에 일기를 적는 것과 비슷한 작업이었다.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주제에 전봇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내가 혹시 빼먹은 날이 있는지 확인하며 뽀삐를 찾았다.

엄마에게 내가 말했다. 엄마. 혹시 내가 뽀삐를 땅에 묻었는데 내가 뽀삐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뽀삐가 죽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면 어쩌죠.

며칠 전에 갓 태어난 강아지를 땅속에다 묻은 일이 있었다. 아마 오래 못 살 운명이라고 해서 그 개 주인들이 시키는대로 땅에 묻었다. 그런데 내 전봇대 속에서 심장이 뛰는 맥박이 느껴져서 전봇대 속을 파내어보니 그때 묻은 새끼 강아지가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급히 꺼냈다.

그 강아지 옆에 다른 강아지도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강아지 옆에는 웬 흰 말도 누워 있었다. 이 백마는 유니콘이었는데 아마도 두 강아지는 이 백마의 젖을 먹고 버텼던 것 같았다. 흙을 다 파내자 유니콘은 달려가 사라져버렸다.

엄마와 나는 두 강아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우선 그 흙투성이 강아지들을 안방 화장실에서 씻겼다. 나는 거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서 강아지들에게 붙일 이름을 생각했다. 흰 강아지는 기적이라고 지었고 검은색인지 누런 색인지 갈색인지 아무튼 털에 색이 들어간 녀석은 다행이라고 지었다.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까...

엄마가 웬 어린 남자애 둘에게 옷을 입히고 계셨다. 기적이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어서 못 봤는데 다행이는 검은 머리였다. 그 강아지들은 유니콘의 젖을 먹고 목숨을 부지했기 때문에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엄마는 기적과 다행이라는 이름이 구리다며 중얼중얼 잔소리를 하시더니 집에서 나가버리셨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기적이와 다행이와 그 둘을 위한 배변매트 뿐.

그런데 둘 다 귀여웠다. 강아지일 때도 사람일 때도. 꿈속에서도 먼저 걱정한 것은... 애들 출생신고를 못했는데 어쩌지 싶은 것과 언제 개로 변하고 언제 사람으로 변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뽀삐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