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7.목요일
어젯밤 이소라 콘서트를 예매했다.
예전에는 콘서트란 개화를 위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마음에 심어둔 좋아하는 감정의 씨앗을 드디어 뻥 터뜨리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콘서트를 가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이별을 준비하거나 마지막을 고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개화하거나 정화하거나 또는 낙화하거나.
이소라 콘서트에 나는 정화하러 갑니다.
울러 간다는 소리.
2019.10.17.목요일
어젯밤 이소라 콘서트를 예매했다.
예전에는 콘서트란 개화를 위해서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마음에 심어둔 좋아하는 감정의 씨앗을 드디어 뻥 터뜨리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콘서트를 가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고 이별을 준비하거나 마지막을 고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다. 개화하거나 정화하거나 또는 낙화하거나.
이소라 콘서트에 나는 정화하러 갑니다.
울러 간다는 소리.
2019.9.19 목요일
게으름뱅이에게 설거지할 타이밍은 중요하다.
미루고 미루던 설거지를 하려면 트위터도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도 보지 못하고 아무튼 인터넷과 연결이 단절된다. 그런데! 라디오를 들으면서 설거지를 하면 되는 문제였다. 간단하게...
나는 대학 1년생 때 그림일기를 썼다(그렸다?).
갈색 종이에다 색연필로 알록달록하게 썼다. 여름방학 때 온스타일 채널을 틀어두고 일기도 쓰고 낙서도 했다.
그 시절에 자주 포도에 대해 생각했다. 포도송이를 다 따먹고 나면 포도의 뼈가, 뼈만 남는다. 포도의 뼈의 한 점과 다른 점은 뼈가지를 타고 서로서로 이어져 있다. 부러웠다. 딱 그렇게만 연결돼 살고 싶다고 스무 살 때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설거지를 하는 타이밍을, 절호의 기회를 손에 넣기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2019.8.7 수요일
거실 책장에 커다란 곰돌이 인형과 그 외 기타 잔잔한 인형들을 책 대신 욱여 넣어둔 지 1년이 넘었다. 유치하기도 해서 인형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번듯한 오른처럼 책으로 채워 넣을까 싶기도 했다. 방금 눈을 돌려서 인형 얼굴을 슬쩍 봤는데 인형이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인형을 보니 괜히 기분이 나아진다. 그래서 다들 인형을 집 안에 두나 봐. 냅둬야지.
2019.8.6 화요일
나는 가을을 싫어한다
고 하기보다는 9월과 10월의 어정쩡함을 싫어한다
고 생각한다 싫어한다보다도 느릿느릿하고
해결되지 않는 어떤 정체감과 미적지근함을
질색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11월이 되고 날씨도 겨울로 들어서면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봄도 이처럼 추운 날씨에서
더운 날씨로 넘어가는 고비, 달팽이 같은
그 바람의 감촉이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흐린 날씨를 좋아하지만 봄과 가을의 흐린 날씨는
싫어
왠지
뜨거울 거면 차라리 맹령히 더운 7-8월의 여름이
좋고 추울 거라면 12월과 1월의 흐릿한 하늘이
차라리 나아
그리고
11월은 12월을 기다린다는 기대감에 훌쩍
너무 쉽사리 흘러가고는 한다
정작 12월에 뭘 하는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들이 연말을 기대하며 들뜬 모습을
보는 것이
난 좋더라
2019.7.29 월요일
쓰다 버린 몸
쓰고서 버린 계정들
그 안에 쓰다 버린 기록과 기억과 감정의 응어리가 묻혀 있겠지 버렸으니 버려진 대로 버려져 있을 거야 쓰다 버린 몸들이 묻혀 있는 곳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안치소? 묘지? 허공의 드라이브? 거짓말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살다 나온 과거의 작은 방들 같다 너무 좁아서 너무 좋았고 이제는 내게 맞지 앉는 작아져버린 옷가지 돌아갈 수 없어 돌아가지 않을 거야
새 몸을 만든다
2019.7.22 월요일
꿈에서 내가 울다죽을오목눈이 새였다.
아주 보잘 것 없니 작은 새였다.
하루는 나는 게 시원찮으니 바람이 다가와서는
"훨 잘한다. 아까보다 잘 나는데"라며 위로를 하며 나는 법을, 바람을 읽는 법을 가르쳐줬다. 바람의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태형이 목소리였다.
또 하루는 뱀에게 들켜서 나무 위 둥지에 있던 알을 빼앗겼다. 슬프지만 짝과 함께 다른 곳으로 피신했다.
겨울이 오고... 겨울잠을 자야 했다.
그리고 꿈에서는 발라드 버전으로 리마스터링을 한 아주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흘러나왔다.
2019.7.10 수요일
내가 자전거를 탈 줄 알았더라면 성인이 된 지금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까.
중학 1년생 때 순규가 아침마다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뒷좌석에 태우고 학교를 갔는데, 그러다 자기도 이제 너무 힘이 드는지 어느 날은 엄마가 일하시던 가든에 놀러 가서 그 식당 앞 돌이 깔린 정원에서 자전거를 내게 가르쳐줬다.
하지만 중심을 잡을 수 없어서 자전거를 배우는 짓은 금세 끝이 났다.
순규랑은 왜 사이가 서먹해진 걸까.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제 와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중1이었는지 중2였는지. 중1이었을 거야 아마. 아무튼 여름부터 그 애가 학교에서 내게 말도 안 걸고 은근히 피하는 눈치여서 나도 아무 말 않고 조용히 거리를 벌렸더니 사이가 멀어져버렸다.
그러다 스무살이 되던 해에 (스물 한 살이 되던 해일지도 모른다) 순규가 우리 할머니 미용실을 찾아와서는 자기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남기고 갔다. 아니 갔다고 한다. 내가 할머니에게 쪽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신경도 쓰지 않고 넘겼다. 그냥 그 즈음에 다들 군대를 가니까. 그래서 그냥 옛 친구들이 생각나서 그 중 하나인 내게도 연락처를 남긴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지금 할 수 있을 뿐이다.
순규랑은 취향이 맞았었는데. 게임도 그렇고 둘 다 판타지물을 좋아해서 쿵짝이 잘 맞았다.
초등학교 5학년 겨울이었나? 순규랑 나랑은 오락실을 자주 가서 놀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둘이서 오락실을 갔고. 그렇게 불량배 형아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뚜둥.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형아들이 나는 건드리지 않고 순규한테만 뭐라고 혼을 냈다. 때렸는지 안 때렸는지도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뺨을 때렸었나?) 순규가 울었던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
우리 둘 다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오뎅을 먹던 한 아저씨가 이쪽을 쭈욱 지켜보더니 분위기를 읽으시고큰 우리를 구하러 와주었다. 불량배놈들은 달아났고 우리는 너무 슬퍼서 흑흑 오락실에서 발길을 돌려서 흑흑 할머니 미용실로 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까지도 순규가 울었던 것 같은 잔상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뺨을 맞았던 것 같다. 순규 뺨이 빨갰던 것 같다.
나는 안 맞았지롱. 순규야. 히히. (인성 수준 🤪💦)
2019.7.10 수요일
꿈에 정국이가 나왔다.
5년만인 것 같다. 꿈은 매일 꾸지만 걔가 꿈에 나온 적은 극히 드문 편이었는데.
꿈에서 나는 서울 콘서트를 보러 갔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이렇게 3박 4일 여행 일정으로 호텔을 예약했다. 그런데 두 번째 날 콘서트가 너무 늦게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로비에서 아마 토요일 밤은 안 들어올지도 몰라요, 라고 말을 전했다. 그러자 로비 직원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대체...
서울은 겨울이었고 겨울보다 더 극악하고 혹독한 날씨였다. 아무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비슷한... 말하자면 빙하기에 돌입 중인 환경이었다. 호텔은 2층으로 된 이상한 캡슐 형태의 건물이었고 뜨거운 물이 지나는 수도관을 건물 전체 뼈대에 둘러서 건물이 어는 것을 방지했다.
서울에 도착한 밤에 최애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니 아는 사이였냐고요?) 호텔에서 지내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기 저택(저택)에서 지내다 가라는 말이었다. 최애의 저택은 빙하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남국의 뜨거운 지역에서나 자생하는 열대 나무들이 심긴 정원을 가진 매우 큰... 궁전이었다. 최애는 콘서트 준비로 바빠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하인들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하인들이 나를 의심했다...
끝.
끝은 아니고 꿈에서 2016년 미공개 최애 직캠을 유툽에서 보게 되었는데 헉.
2019.7.7 일요일
꿈.
남주(검사) 여주(궁수) 늙은 나(흑마술사) 꼬마 여자애(회색 줄무늬 고양이를 데리고 다니는 힐러) 이렇게 넷이서 파티를 이루어서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산장을 나섰다. 산을 내려오는데 도중에 산사태가 일어났다. 겨울이니 눈사태였다. 요거트 아이스크림 맛있겠다. 아무튼 무너져 내려오는 눈을 피해 다들 우다다 내달리는데 꼬마 여자애와 고양이가 발이 느려서 눈에 잡아 막혔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고양이는 사실 요괴 고양이여서 변신을 풀더니 거대한 주머니 고양이(고양이라 했지만 생긴 건 사막 여우를 닮은 꼴이었다. 고양잇과에서 갯과로?)로 정체를 드러냈다. 주머니 고양이는 자기 가슴에 달린 털주머니 속에 꼬마 여자애를 넣고 다시 산을 타고 올라왔고 우리도 그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는 산사태로부터 멀리 도망쳐 퀘스트를 하러 갔다.
웬 저택에 들어섰다. 여주가 화장실을 가고 싶대서 다들 화장실 밖에서 망을 봤다. 그런데 갑자기 루미코 그림체의 기모노를 입은 남자 악당(잘생김)이 주먹으로 우리를 한 대씩 때리더니 우리는 저주에 걸려 고양이로 변했다. 힘을 봉인 당한 우리는 또 주머니 고양이의 품에 담긴 채 악당 보스를 찾으러 갔다. 루미코 만화에 나오는 악당들이 대체로 그렇듯 허접했고 요괴 주머니 고양이 덕택에 우리는 저주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2019.7.6 토요일
아침 일찍 새로 산 흰 샌들 신고 산책 두 시간(?) 조졌다. 무얼 조졌느냐면 내 발등을... 발등 살짝 까졌다. 샌들을 안 신다가 신으니까 적응을 못했다. 그리고 샌들이 쿠션이 부족하니까 오래 산책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발바닥이 고통스러웠다.
집 앞 로비에 오니 웬 꼬마 푸들이 주인도 없이 혼자 발발거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강아지 머리 쓰다듬었다. 역시 작고 귀여운 소동물의 머리뼈는 부서질 것처럼 연약했다. 그런데 정말 주인은 어디를 간 거야. 비밀번호를 누르고 로비에 들어왔는데 푸들도 나를 따라 들어와버렸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같이 타지 않았지만... 우웅... 강아지 뽀뽀하고 싶어졌다.
내가 키우는 다육이가 너무 웃자라서 잎꽂이와 적심을 해주었다. 잎꽂이는 통통한 잎을 생장점과 함께 똑 따서 흙 위에 눕히는 것이고 적심은 꼭다리를 약간의 줄기와 함께 잘라내서 마른 흙에 심고 뿌리가 돋길 기다리는 일이다.
내 다육이는 웃자란 것도 웃자란 것이지만 햇볕 쬐는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게 자라는 바람에 줄기가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90도로 풀썩 꺾일 듯이 누워버린 게 더 큰 문제였다. 미안해 미안해... 오늘 한 잎꽂이와 적심은 어쩐지 실패할 것 같다는 불운한 예감이 엄습해온다.
세탁기 세탁조도 전용 세척제로 씻어냈다.
디퓨저 뚜껑을 따다가 왼손 검지를 푹 베였다. 대체 왜 이렇게 위험하게 디자인해야만 하는 것인지. 향이 공기 중으로 휘발되지 못하기 위함이라도 이건 너무 날카로운 방식이라구! 개새끼들아.
창문을 열어둔 채 누워 있는데 어쩐지 여름 바람이 차다.
2019.7.4 목요일
호랑가시나무. Holly.
초등학생 시절에 운동장에서 아침 조회를 하는 날이면 다들 조회 시작 전까지 운동장이나 체육관 옆이나 화단 사이에서 뛰어 놀았다. 1학년 때 처음 잎이 뾰족한 나무도 있단 걸 알았다. 술래잡기를 하다가 무언가에 찔려서 고개를 돌려 보니 뾰족한 잎이었다. 나는 그게 너무 신기했다. 이름도 호랑가시나무여서 약간 신기하면서도 무섭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좆도 아니지만.
2019.7.3 수요일
혼자 먹기 편한 애플수박
탐스럽게 잘 익은 주황색에 가까운 샛노란 살구
그리고 넷플릭스에 미드 빅뱅이론이 업로드 되어서 보는 중이다. 이 쇼는 2011년 2학기 영어 수업에서 선생님이 본보기로 보여준 것인데 그날 이후로 미드에 푹 빠져 지냈다. 미드에 재입덕하게 해준 작품. 처음으로 나를 미드 세계로 잡아당긴 쇼는 Brothers & Sisters 였다. 2006년 여름? 2007년 봄? 그 즈음이었다. 옛날 쇼이니까 지금 다시 보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낡고 진부한 이야기이지만, 세계의 문을 열어준 작품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주는 것 같다... 빅뱅이론은 시즌 3 이후로는 조금 재미 없지만.
(삭제 되어서 다시 적는다... 블로그는 정말 구린 듯.)
2019.6.24 월요일
모 신인 아이돌 그룹을 작년 9월부터 빠질했었지만… 진짜 개병신같이 운영하는 회사측과 정신 안 챙기고 컴백 때마다 사건 터뜨리는 멤버들이나 내부 총질 씹 오지는 또라이 정병 팬덤을 견디다 견디다 이제서야 탈빠하기로 결심했어.
진짜 죽어.
죽으라고 개새끼들아.
내가 좋아한 시간이 아깝다.
더 처참하게 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내 기대를 저버린 대가야.
꾸엑!
X-(
진짜 쟤네(회사 + 멤버 + 팬덤) 때문에 몇 개월 동안 인성 파탄 났어. 나도 내 안에 이런 어둠이 있는지 몰랐다고. 다 죽어버려라…
ps. 천년만년 BTS 보라해요 (팬미팅 다녀오고 뚝딱 재입덕) (흑흑)
우리 BTS… 내가 본 아이돌 중에서 무대 제일 잘해서, 저 신인 그룹 빨다가 9개월 동안 앓아 온 정신병이 BTS 무대 보자마자 3초만에 치유된. 최고의 shrink. 노벨 의학상 줘야 돼.
어.
2019.6.22 토요일
나는 귀신이 되고 싶었어
집 밖의 지박령이 되고 싶었어
나무 그늘 아래 숨어들어 보이지 않게 살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여름이 지나면 겨울이 금세 찾아와서
언제 죽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나는 귀신이 될 수 없었어
여름은 내게로 왔고 나는
여전히 죽지 않고 지박령처럼 살아 있어
나무 그늘 아래 귀신처럼 살고 싶었어
나는 귀신이 되고 싶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