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4 토요일
무서운 꿈을 꾸었다.
이른 새벽에 이 꿈을 꾸고 다시 잠이 들었다.
콘서트가 취소되어서 다들 오열을 했다.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이 왔고 팬미팅 이벤트인지 콘서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공연 행사가 잡혔다. 하필이면 장마 기간에. 스테이지는 강가 한가운데에 띄워진 원형 모양이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양쪽 강변에 나뉘어 앉아 가운데 흐르는 강을 향해 응원을 보내야 했다.
그 유람선 꼭대기에서 공연을 하는 가수를 지켜보던 나는 닌자의 분신술은 아니고, 아주 빠르게 휙휙 그래 축지법처럼 V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내 MP가 모자란 탓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MP가 0이 되었고 나는 그만 유람선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는 작은 인간인데 V는 거인이었다. 그래서 V가 나를 집어 들어 주었다(?). 그리고 손과 손을 대고 크기를 비교하는데 거인이니까 손이 엄청 크고, 손톱이 길었다.
날씨는 장마였으므로 당연히 비가 내렸고 쏟아지는 빗물 탓에 강물이 불어 결국 강이 범람하였고 모두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관객이 모두 작은 햄스터로 변해 강물에 쓸려 제각기 흩어졌다.
그리고 다시 배경은 눈 내리는 작은 마을.
(오늘의 꿈은 이 부분이 제일 무서웠는데 꿈에서 깨자마자 적어 둔 꿈일기를 읽어 보아도 정확히 무슨 이미지였는지 기억나지를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 볼 수밖에.)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처럼 다섯 명의 마녀가 나타났는데, 집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아 둔 돈이 없어서 신분을 마녀에서 하녀로 위장하였다. 처음에는 분홍색 하녀복을 입은 세 사람과 검은색 하녀복을 입은 두 사람으로 나뉘었지만 분홍색 하녀복을 입은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다시 검은색 하녀복으로 갈아입었다.
이렇게 검은색 하녀복을 입은 세 마녀는 세련된 고딕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 저택에 들어서니 거실에서부터 쫘르륵 엄청난 양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것도 희귀본으로! 그곳에서 한국의 기이한 사건사고를 기록한 책을 구경했다.
그러다 박 형사님이 이 저택을 찾아왔다.
박 형사님은 기이한 사건 때문에 실마리를 찾으러 이곳을 방문했다. 햄스터로 변한 소년과 소녀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이곳에 있다고 박 형사님은 말했다.
이 저택에는 바보 여자애가 한 명 있었다. 이 바보가 사건의 목격자였다. 범인은 이 여자애가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려 두고 자기 곁에 두었다. 어차피 바보니까.
범인은 이 저택의 주인인 근육질의 백인 할아버지였다. 머리카락도 백발이었다. 이 백인 할아버지는 마을의 친절한 박사님이자 천주교 신부님이었다. (아니, 그럴 수가 있나?)
이 저택에 하녀로 취직을 한 한 마녀는 마을의 학교 생물 선생님 역할도 겸하고 있었고, 백인 할아버지를 도와 희생양을 늘렸던 모양이었다.
마녀가 "박 형사님이시죠?" 이 말 한 마디를 하자, 배경이 바뀌었다.
그리고 백인 할아버지는 박 형사님의 목구멍인지, 옆구리인지 아무튼 굵은 호스를 박아 넣고 그 속을 시멘트로 채워 넣었다. 박 형사님의 머리에는 짐승의 뿔을 박았다. 백인 할아버지는 각기 다른 이상 성욕을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DNA를 물려 받은 사이코패스였다.
그리고 이 백인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모든 범죄 행각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했고 심지어 책에 기록까지 해두었던 것이다. 햄스터로 변한 내가 이 저택 거실에서 읽었던 사건사고를 기록한 책을이 모두 이 백인 사이코패스의 자작이었던 셈이다. 꿈속에서는 이 카세트 테이프에 기록된 범인의 목소리와 범행 계획과 순서가 너무 무섭고 생생하게 들렸지만, 꿈에서 깨고 나니까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행이다.
모든 범죄의 목격자였던 그 바보 여자애는 마녀 생물 선생님의 손에 의해 혓바닥에 발톱이 심겨졌다.
백인 사이코패스가 박 형사님을 처리하고 중얼중얼 낮은 목소리로 커세트 테이프에 녹음을 했다. 오늘의 범행 전 심경이나 범행을 일으키리라는 것과 범행의 순서를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백인 사이코패스 할아버지의 손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여름 장마 콘서트장에서 보았던 V의 커다란 손과 기다란 손톱이 저 범인의 것과 똑같았다는 것을... 그리고 고개를 들자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백인 할아버지는 어느 새 크람푸스로 변해 있었다. 햄스터인 내 손을 자기 손바닥에 대었다.
(그저께 보았던 미드 <트루 디텍티브>와 한드 <손 The Guest>의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악몽.)
이 꿈을 꾸고 잠에서 깨고 다시 잠에 들었는데 또 꿈을 꾸었다.
나는 단발머리를 한 일제강점기의 여학생이었다. (왜...) 그것도 소학생이었다. 친구와 학교 뒤에 있는 작은 목조 창고에서 조선제국의 물건을 살펴 보며 놀았다. 이 친구는 애국심이 투철한 여자애였다. 책인지 영화인지 뭔지 아무튼 이것저것 가지고 놀다 우리는 헤어졌다.
점심식사는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레토르트 한끼 뚝딱 도시락이었다. 일반과 곱배기와 양이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는 그냥 일반을 주문했다. 한문 선생님 혹은 근현대사 선생님이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셨다.
그리고 새벽 여섯시.
조선인은 야밤에 돌아다녀서는 안 되는 법이 있었다. 내 친구 여자애는 몽유병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섯시가 되기도 전에, 심지어 조선인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밭에 들어간 바람에 일본 순사들이 내 친구를 향해 일제 사격을 갈겼다. 총알 1000발이 그 아이 몸을 관통했고 시체고 뭐고 가루가 돼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때 딱 여섯시를 알리는 종이 마을 허공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보였다. 그리고 모두 못 본 척하며 지나쳤다.
슬펐다.
첫 번째 꿈은 흑백에 가까웠는데 두 번째 꿈의 새벽 하늘은 별이 총총 떠 있던 군청색 하늘이었던 것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