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7일 토요일

가시나무

2020.3.8 일요일 (100% 맑음)

아침은 해가 구름 속에 숨어 있어서 흐렸다.
아침을 먹었다. 현미밥, 계란말이, 먹다 남은 보쌈, 깻잎, 먹다 남은 갈비탕, 또 먹다 남은 소시지. 그리고 커피. 날이 어두침침해서 그런지 하릴없이 가시나무를 들었다.

열 시쯤 되니 해가 쨍쨍한 얼굴을 보였다. 바람만 멎으면 여름 날씨였다. 공원 놀이터에서 와리가리 치다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오늘은 이마트의 정기휴무일이었다. 얼쑤! 그래서 바로 옆 마트에서 장을 봤다. 장을 보러 오는 길에 맘스터치에서 점심을 먹을까 싶었지만 이마트에서 크리스피 도넛을 먹을 생각이었으므로 참고 걸어 왔는데... 아무튼 필요한 물건만 장을 보고 나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틀어둔 노래의 노랫말이 귀에 박혔다. 평소라면 그냥 흘려 들었을 가사였지만 오늘 왠지 내게 그 이미지가 다가왔다.

"내 안의 소녀가 네 안의 소년을 사랑한다"는 가사였다. 요시자와 카요코(吉澤嘉代子)의 《ねえ中学生》. 한 사람의 내면에는 여러 모습이 있다. 내가 트위터 계정을 많이 만들어 두고 용도별로 따로 사용하듯이 각기 다른 가면을 쓴 myselves가 존재한다. 다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 myselves가 모두 내 이름의 지배하에 살아 있다는 점이 해리성 정체감 장애와는 다른 부분이다. 내 속에 나 말고 다른 명찰을 단 인격이 존재하면 무서운 거고.

아무튼² 노래를 들으면서 왠지 아침에 들은 가시나무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까까지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글을 적는 지금 생각나는 또 다른 노래는 V의 Inner Child. 그냥 그렇다고.

어른인 내가 어른의 계정으로 어른인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소녀의 계정으로 네 안의 소년 계정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점이 포인트. 점도 포인트고 포인트도 점인데 무슨 문장이 저렇지. 아무튼³ 어른의 내가 어른의 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것보다는 소... 소중한(우웩) 말처럼 내게 다가왔다. (유치하노)

봄을 맞이한 기념으로 쿠크다스를 졸업하고 다른 과자에 맛을 들이려고 한다. 쿠큭...

케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