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6.15 월요일
어느 고위 간부를 모시고 한적한 식당을 찾아가는 차 안이었다. 차 안에는 7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4명은 간부였고 3명은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종살이였다. 나도 종살이 중 하나였다. 한 명은 운전수. 한 명은 통신병. 마지막 하나인 나는 평소에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대신하는, 정말 하찮은 직이었다.
운전수가 길을 잘못 들어 제일 높은 간부인 어느 할아버지에게 크게 혼이 났고 우리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어져 각기 다른 식당으로 가 밤의 피크닉을 열었다.
내가 속한 쪽은 윤여정과 그의 젊은 연인이 있었다. 젊은 남자는 아마도 불륜 상대였나 보다. 나는 눈치 없이 뻥튀기 과자를 까서 두 사람이 수상한 작전 회의를 하는 코앞에서 와그작와그작 뻥튀기를 씹어 먹었다. 그러다 혼자 먹기가 조금 눈치 보여서 윤여정 할머니께 나눠 드렸다. 작전 회의가 끝이 나자 두 사람은 이제 잘 거라며 내가 그 방에서 사라져 주길 바랐다.
방에서 나오자 그곳은 민속촌이었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십이지 아이들에게 무언가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했다. 그 정보가 없어서 십이지 아이들 중 누가 죽어서 오늘은 몇 년만에 십이지 아이들이 모여서 장례식을 여는 밤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BTS가 민속촌에 촬영을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보러 가지 못하고 십이지 아이들이 있는 곳을 샅샅이 뒤져야 했다. 내가 만난 십이지 아이들은 딱 두 사람이었는데 용띠인 샐러리맨 아저씨와 양띠인 중년의 아주머니였다. 용띠 아저씨는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말을 하는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내가 토끼띠인 여자 아이를 찾아서 무언가를 전해 주라고 했다.
토끼띠 여자 아이를 찾으러 또 민속촌을 돌아다니다 V를 스쳐 보았는데, 어떤 사람이 그가 아끼는 슬리퍼 한 짝을 몰래 훔쳐 가서 그 슬리퍼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까 처음 우리와 길이 갈라진 고위 간부는 학교 교장직도 겸했는데 지금 이 순간에 여러 학교를 대통합하고 운동회를 개최하는 바람에 민속촌에 어린이들이 바글거렸다. 토끼띠 여자 아이를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토끼띠 여자 아이는 노래방 주차장 앞에 있었다. 그애는 운동회 같은 행사가 열리면 찾아오는 장난감 수레 앞에서 빨간 풍선을 하나 샀다. 그리고 그애는 갑자기 여고생이 되어서 대통합된 학교를 해체하기 위해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그 게임 속에서 토끼띠 여고생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술을 먹는 어른들과 싸움을 벌였다. 게임 스타일은 90년대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벨트 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 이 스테이지의 모든 신문지를 조사해서 왕관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모든 신문지를 뒤지느니 그냥 보스나 깨자는 생각으로 여고생은 학교 체육관으로 향했다.
학교 체육관 밖은 다른 여고생 좀비들로 인산인해였다. 체육관 속에 엄청 거대한 에너지원이라도 있는지 그곳을 향해 서로 뭉쳐 있었다. 토끼띠 여고생은 뒷길로 몰래 들어가 체육관 안을 들여다봤다. 그곳에는 거인 여고생이 머리가 잘린 채로 누워 있었고 잘린 머리는 살아 움직였다. 잘린 목 부분에 거미 다리 같은 것이 돋아나 그것들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체육관 뒤편에는 토끼띠 여고생의 전 남자친구가 제물로 바쳐져 벽에 박스 테이프로 꼼짝없이 붙어 있었다.
1. 전 남자친구를 구해주면: 그놈이 뒤통수를 쳐서 배드 엔딩
2. 전 남자친구를 죽이면: 체육관 속 거인 여고생 머리가 나타나 보스전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토끼띠 여고생은 왕관도 없이 야구방망이만 들고 찾아왔기 때문에 보스를 이길 수 없었다. 투명화 기술을 사용해 숨을 멈춘 채 조용히 벽애 밀착해 붙어 있었지만 거인 여고생 머리는 후각이 뛰어나 금세 발각된 위험에 처했다. 토끼띠 여고생의 심장이 공포로 터질 듯이 쿵덕거렸기 때문에. 거인 여고생 머리가 징그러운 혓바닥을 꺼내 투명화된 토끼띠 여고생의 몸을 핥았고 그애는 죽었다.